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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setin's Hacking & PS & Math

My Story

다사다난했던 입시의 마무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Ainsetin 2022. 2. 19. 05:34

정말 탈이 많았던 고3 입시를 마치고 드디어 나의 본업인 해킹과 코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다수의 실패는 나의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았음을 의심하고 반성하게 되었던 계기로 삼게 되었으며 나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게 했던 시간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는 사실 정시로 대학을 붙을줄 꿈에도 몰랐다. 항상 친구들이 넌 꼭 수시로 좋은 대학 붙으라고 했을때만 해도 내가 정말 그 많은 지원대학 중 한곳은 붙겠지라는 생각으로 지냈고, 수시에 지원할때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또한 수시로 붙을 것이라는 근자감을 가지고 수능도 가볍게 봤었다. 그렇지만, 최상위권 대학이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입시가 확 개편된 초기 시기에 맞닥뜨린것과 운도 지지리도 없었던 나는 7지원 7불합이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하게 되었다. 정말 이때는 모든걸 다 포기하고 싶었고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다소 냉혹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심지어는 내가 동경했던 대학에 대한 증오심과 그렇게 오랫동안 갈망했던 곳에 가지 못한 허탈감에 결과 발표 이후 일주일 내내 제대로 밥도 안먹고 하루에 한끼를 먹는 등 자책이 정말 심했다.

물론 내가 높은곳만을 낸 것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항상 모범생처럼 공부만 한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진지하고 매사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나와 제일 가까이 있었고 챙겨주시던 선생님이 있었다. 수시지원 마감 일주일 전 교무실에 가 내가 수시를 어떻게 낼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수시를 낮은데 내서 납치당할 필요 있냐. 수능으로 너 과거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분명 성공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힘들고 아깝게 지원하려고 그러냐" 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오고갔고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막상 지원 기간이 다가오니 머릿속이 새하얬다. 그 선생님 말은 들어야겠고, 정작 다 떨어지는게 두려워서 뭐라도 낮은곳을 내야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또 그러지 말라고 한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고.. 이게 계속 반복이었고 결국은 한 높은 대학에 두개의 전형에 지원을 하는 등 지금 보면 어이없는 선택을 했었다.

내가 냈던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특기자전형) 면접떨 예비X
- 고려대학교 스마트보안학부 (계열적합) X
-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특성화고전형) X
-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고른기회) X
- 한양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SW특기자전형) 면접떨 예비X
- KAIST 특기자전형 X
- DGIST 학교장추천전형 X

다시 돌아간다면 진짜 1대학 2이상 지원은 다시는 안할 것 같다. 만약 내가 정말로 가고싶은 학과와 대학이 있었더라면 2개를 내든, 3개 이상을 내든 상관이 없었을텐데 이런저런 일이 겹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리가 안되니 이도저도 못한 짓을 했었다. 너무 후회되고, 내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때 거치는 과정에 대해 정말 많이 반성하고 내 자신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한테 휘둘리면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하지 못하고 남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내가 주도적으로 동아리를 이끌고, 후배들을 챙기며 다같이 대회에 나가서 최대 200만원의 상금도 받아보고, 정말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는 하지 못할 일들을 많이 해냈고, 학교의 위상도 드높여가면서 개같이 열심히 지냈다. 그치만 돌아오는 것은 수시를 내지 말라, 고3 와서는 정시공부나 해라 등등 내가 학교에서 꿈꿨던 분위기하고는 상반된 느낌이었고 올해 수시입시 결과가 전반적으로 안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것이 학교가 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러웠을 정도였다. 학교 자체가 수능공부에 미친 이러한 상황은 대학이 전부인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학교에 있을때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경쟁자의 시선으로밖에 바라보지 못하여 후배들만을 챙겨줄 수밖에 없었던 과거 나의 모습은 학교의 분위기에 굴복하거나 회피하려는 나의 심리가 자연스럽게 작용했고 본연의 나, 이는 곧 잘하는 분야를 최대로 살리지 못한 나로 남았다. 극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는 대학을 가면 절대로 이렇게는 안지낼거고, 오로지 나와 주변 동기들, 같은 분야에서 만나는 사람들만을 위해 살고 싶고 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싶다.

수능성적은 신경도 안쓰고 있었고, 어떤 점수가 나오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점수에 상관없이 특성화고전형표에 있던 해킹학과 2개를 넣었다. 하나는 내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를 그냥 냈다. 이미 체념하고 정신도 못차리고 어차피 안갈 대학 학과를 내고.. 참 가관이었다.

정말 안될 줄 알았다.

세종대만이 희망이었지만 이미 난 많은 상처를 받고 정신이 피폐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 기대도 안하고 있었고, 거의 재수하자는 마인드였는데.. 정말 신이 도운건지 극적으로 최초합이 떴고 엄마가 안아주며 "그동안 고생 많았고, 엄마는 될줄 알았다" 라고 이야기했을 때 진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남들이 보기에는 특성화고전형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유리하고 편하게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합격을 한 과정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뭐든지 쉽게 이루어지는건 절대 없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자기가 꿈꿔왔던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결과로 반드시 돌아온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벌써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 그치만 이제 입시 경쟁에 뛰어 들어가는 디미고 후배들이든, 내가 달려가던 앞길을 막아섰던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꼭 봤으면 싶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고 동경했던 사람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Fin.